Brent Scowcrowft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미국 공화당의 원로 전략가인 브렌트 스코크로우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동북아에서 어느 편을 서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전체의 안정을 위해 중국과 일본의 경쟁 등에 균형을 잡는 커다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럴드 포드, 조지 H 부시 대통령 당시 각각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해외정보자문위원장을 맡을 만큼 공화당의 최고전략가인 그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예고하며 개전 당시부터 반대했었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현직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 결정을 정면 비판했던 그의 통찰력은 여든 셋의 나이에도 시들지 않았고 한미동맹에 대한 배려,국제관계에 대한 시선은 유연하면서도 적절한 균형감이 엿보였다. 인터뷰는 백악관과 두어 블럭 떨어진 그의 사무실에서 지난 3일 오후 가졌다.
 
-한미정상회담이 곧 열린다. 그동안의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랜 동맹관계였던 양국간의 사이를 멀어지게 했던 문제는 특히 대북 정책이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북한을 가장 잘 다루는 것인가'를 둘러싸고 양국 사이는 한때 점점 크게 벌어지기도 했지만 한국 새 대통령이 취임초기 보여준 입장으로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에서는 양국 동맹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의 지난 정부 시기에 이뤄진 한미간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동맹의 조건이 바뀜에 따라 동맹 역시 진화해야 한다. 한국의 국력은 정전협정 체결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급작스런 변화나 폐기보다는 양측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현재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잘 하고 있으며 올바른 미덕도 갖췄다고 생각한다."

-게이츠 장관 전임자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한국측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전작권 이전 문제를 엄청나게 밀어붙였다는데
"아마도 럼즈펠드 장관이 중동 상황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로서는 한국과의 긴장이라도 줄이고 싶었을 것이다. 후임인게이츠 장관 이후 이 문제는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이츠 장관과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언제 처음 함께 일했나
"70년대 중반 포드 행정부 시절 내가 국가안보회의(NSC) 스탭으로 뽑았었다.당시 그는 중앙정보부(CIA)에서 일하고 있었다.(이후 게이츠 장관은 CIA로 복귀했고 스코크로우프트가 다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할 시절 CIA 국장이 됐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역할에 대해서는 각각 어떻게 보나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존재할 필요성은 줄어들었다.한국군의 전력이 그만큼 나아졌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이제 동북아 지역내 안정을 위한 역할의 의미가 커졌다. 동북아 지역내 미군의 주둔 사실 자체가 지역내 안정효과(calming influence)가 있다. 미군이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존재할 뿐 아니라 전체 지역내의 잠재적 분쟁을 억제하고 진정시킬 수 있는 존재로기능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두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역시도 누구 편을 들지 않으면서 지역내 안정을 위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중국과 대만간의 갈등이 악화될 경우 한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최근의 대만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대만 대선 이후 새로운 대만대통령은 중국의 대화를 다시 발전시키고 긴장 완화, 협력강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양안 관계 발전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나는 낙관적이다. 한국이 대만해협 갈등에 끌어들여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역시 대만을 둘러싼 대립을 바라고 있지 않다. 대만 독립 선언 같은 자극적 발언과 행동을 해왔던 대통령은 이제 퇴임한다. 새로운 대만 대통령은 전임자와 다를 것으로 본다. "

-한미간의 또다른 관심사인 미사일 방어(MD),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이니셔티브(PSI)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언하고 싶나
"PSI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유익한 훈련이다. 한국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참여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대북관계에서 특별한 사정과 현안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입장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사일 방어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언급 안하는 것이 좋겠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의회통과 전망이 불확실한 듯 한데. 만일 통과되지 못할 경우 양국관계에 상처를 내지 않을까
"FTA는 양국 모두에 큰 이익이 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FTA가 미국 국내의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정치적(반대)논란은 한미간의 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면 당파적인 논란이 줄어들면서 FTA의 이점을 보게 될 것이다. (올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나는 한국이 미국 정치의 속성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가 한국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이는 현재 미국 정치를 양분시키고 있는 이슈일 뿐이다."

-미중 전략대화는 한미,미일관계와 비교하면 어디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나.
"미중 대화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다. 이런 대화는 양국간이 서로의 이해를 넓히자는 노력이지만 한미,미일 관계와는 범주가 다른 것이다."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을 보자면 중국의 부상, 일본의 보수화 등으로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증가하고 있는데
"나는 동북아의 모든 관련국들이 한반도의 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한국 역시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관련국들의 공통된 이해를 발전시키기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일간의 경쟁적 관계에서 한국은 어느 한편에 서지 말고 양국 모두와의 관계를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후 워싱턴과 도쿄에서는 한미일 3자협력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한일간에는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 또 중국에서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미일 3자협력 강화는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한 공동의 이해를 발전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국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강국들의 갈등 현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노력들은 중요하다. 이제 지역내의 안정 같은 공동이익을 생각하면 중국을 적대적으로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좋은 친구라고 한다면 미국은 양국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지금 중국은 올림픽 성공개최를 앞두고 국제여론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올림픽 이후에는 좀 다르지 않을까
"중국의 올림픽 유치 자체가 세계 각국에 대한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은 계속 이미지 개선에 힘쓸 것이고 세계와의 관계를 보다 늘여갈 것이다. 중국은 또한 에너지 확보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세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공화당의 원로이자 부시 가문과도 절친한 당신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처음부터 반대한 이유는
"2001년 당시 이미 사담 후세인은 충분히 봉쇄된 상태였다. 후세인은 분명히 사악한 사람이고 중동에서 여러 차례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었지만 그는 국제테러리즘 네트워크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이 몰고 올 중동지역내의 잠재적 폭발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중동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테러와의 전쟁도 허물어졌다."

-그러면 `이라크 탈출'전략은 무엇인가
"이라크전이 옳았던 틀렸던 어쨌든 미국은 전쟁을 일으켰다.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면서 이제는 중동에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이라크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는 것도 이라크의 상황진전과 맞물려 있다. 이라크는 자칫 중동전체의 갈등과 혼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철수시간을 정한 채 그 때까지 철수하자고 주장하기 보다는 이라크를 안정시키기 위한 여러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와 세계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발전은 엄청난 것이다. 이는 한국인 스스로는 못느낄 것이다. 한국은 이제 이름 그대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  한국은 이제 한반도가 아니라 동북아, 그리고 세계를 내다 봐야 한다. 그리고 단지 한국을 넘어 세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미국은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라크파병 역시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은 중동평화를 위한 전망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화당 원로로서 존 매케인의 당선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나는 정치인이 아니지만 이번 대선은 매우 팽팽한 대결이 될 것이다. 민주당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후보로 되든,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후보로 되든 모두 예측 불허다. 경제 금융 문제, 이라크 전을 비롯한 대외정책 등 모두가 중요한 쟁점이 돼 있다."  워싱턴=최형두특파원 choihd@

 <<스코우크로프트는 누구-- 키신저 브레진스키와 함께 미국 외교안보전략의 세 거두>>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는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함께  미국에서 3명의 최고원로 외교안보전략가로 꼽힌다. 실제 세 사람은 냉전 질서가 바뀌던 70년대에  키신저(닉슨 행정부)돚스코우크로프트(포드 행정부)돚브레진스키 (카터 행정부) 순으로 국가안보 보좌관을 거쳤다. 스코우크로프트는 조지 H 부시행정부에서도 또 한차례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하며 `변환된 세계'를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썼다. 구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던 시기를 지켜본 백악관 주인과 최고보좌관의 기록이었다. 
 
 부시 가문과의 특별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의 이라크전을 반대했던 그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였던 91년 미국의 중동전쟁때에도 이라크 침공을 배제했었다. 아들 부시 행정부 이라크전 개전 3년전인 98년에 이미 "만약 91년에 우리가 바그다도로 들어갔다면 지독하게 적대적인 땅에서 지금도 미국은 점령세력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예측은 부시의 이라크전 결과를 미리 꿰뚫어본 것이었다. 이라크전 반대 당시에 그는 부시 대통령의 해외정보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이라크전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과소평가한 전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중동문제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그는 동맹국들에게 매우 우호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006년 드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물러나고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취임하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출신인 마이클 그린(CSIS) 박사는 기자에게 "게이츠 장관은 스크우코르포트 인맥이어서 한국 같은 동맹국들을 마치 고객을 대하듯 성의를 다할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실제 직접 만나본 스코우크로프트는 인자해 보이는 인상뿐 아니라 온건한 언어와 유연한 태도가 돋보였다.
 
 스코우크로프튼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안보보좌관을 마친 뒤 `키신저 어소시에이츠'에서 부회장으로 일하다가 89년 국제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스코우크로프트 그룹을 만들었다. 백악관과 두어 블럭 떨어진 워싱턴 D.C. 도심의 맥퍼슨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스코우크로프트 그룹 사무실에서 그는 회장 같은 다른 직함대신 `장군'으로 불리고 있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을 졸업한 뒤 29년간 미 공군과 국방부, 합참, 백악관에서 군사전략과 군축협상 등을 담당한 뒤 중장으로 전역했던 경력을 여전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었다.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by 최형두 | 2008/04/09 10:57 | 인터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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